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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觀相)과 심상(心相)
  2017-05-24 04:35:22 댓글:(0)   조회:3058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운명(運命)을 알고 싶어한다.
때로는 남의 운수를 알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짐작해 볼 수 있을 뿐이다.
간혹 용하다는 이가 있다고도 하나 맞추는 확률이 남달리 높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흔히 사람의 운명을 알아보는 방법으로는 사주와 관상을 꼽는다.
사주(四柱)는 태어난 해와 달과 날과 시간으로 그것을 따져서 그 사람의 운명을 판단하는 것인데 글자 수가 여덟 자라 팔자(八字)라고도 하며, 관상(觀相)은 그 사람의 실제 생김새를 보고 운수를 알아보는 것이다.
둘 다 일종의 통계학(統計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사주는 같은 시간대에 난 쌍둥이의 경우는 사주가 같을 수밖에 없는데, 관상은 똑같은 모습의 사람은 없기 때문에 똑같은 관상은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흔히들 사주보다는 관상이 보다 정확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사주와 관상보다도 더 정확한 것으로 심상(心相)을 들기도 한다.
심상은 그 사람의 마음 바탕과 마음가짐을 보고 판단하는 것으로 그 어느 방법보다 낫다고 한다.
중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나의 아버지는 이런 이야기를 가끔 들려 준 일이 있다.
옛날 어느 양반이 아주 늦게 아들 하나를 두었다.
온갖 정성을 들여 길렀고 아이도 무럭무럭 잘 자랐다.
생김새도 출중한 데다가 총명하여 공부도 잘 하였다.
비록 늙마에 얻은 아들이었지만 늙은 부모는 아이가 훌륭하게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며 기쁨과 즐거움 속에 나날을 행복하게 보냈다.
아이가 일곱 살이 되던 어느 날 이 집에 스님 한 분이 동냥하러 왔다.
어머니는 양식을 듬뿍 담아 아들을 시켜 보냈다.
아이는 공손히 인사를 하고 공양 주머니에 양식을 쏟아 넣었다.
이러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스님은 그 아이의 잘 생긴 얼굴과 예의바른 행동을 눈여겨보고는 돌아서며 혀를 끌끌 찼다.
그러다가 뒤돌아보고는 참 안 됐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되돌아갔다.
스님의 그러한 행동을 본 아이는 어머니에게로 달려가서 그 사실을 일러 드렸다.
어머니는 평범한 스님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급히 그 스님을 모셔 오도록 하였다.
그리고는 아이를 보고서 어인 일로 그런 행동을 하였는지를 말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스님은 매우 난처해하기만 하고 말하려 하지 않았다.
계속되는 정중하고도 간곡한 부탁에 스님은 결국 말해 주었다.
이 아이는 관상이 참으로 훌륭하다.
그러나, 열 세 살밖에 살지 못한다.
그래서 혀를 찼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명운(命運)을 늘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전해들은 그 아이의 아버지는 낙심천만(落心千萬)이었다.
‘이처럼 잘 생기고 똑똑한 아이가 열 세 살에 죽다니……’ 그 뒤부터 그는 아이가 하고자 하는 대로 하게 두었다.
가르치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지만 무엇보다도 일찍 죽게 될 아이를 귀찮게 하고 싶지가 않아서였다.
그런데, 얼마 안 되어 이러한 아버지의 태도에 아이가 그 연유를 물었다.
“전에는 공부하다가 조금만 놀아도 ‘그만 공부하라’고 이르시더니 요사이는 공부를 하고 있어도 ‘그만 나가 놀아라’고 하시는데 그 연유가 무엇이옵니까?” 아버지는 안쓰러워만 하다가 할 수 없이 그 스님의 이야기를 말해 주었다.
그러자, 그 아이는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열 세 살밖에 살지 못한다면 도리어 더 열심히 공부를 하여야 마땅합니다.
남들은 60년을 사니 놀아가며 공부해도 되지만 13년밖에 살지 못하는 저는 그들보다 4,5배는 더 서둘러 부지런히 공부를 하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공부하지 마라고 이르시는 것은 크게 잘못 생각하신 것이옵니다.
” 이 말을 듣고 아버지는 크게 깨달았다.
그리고, 새로운 기운을 얻어 그 아들에게 이렇게 일렀다.
“그렇다.
네 말이 맞다.
그리고, 너는 절대로 열 세 살에 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열심히 공부하거라.” 그 아이는 그 뒤 몇 배로 학업에 힘썼고, 또한 열 세 살에 죽지도 않았다고 한다.
도리어 높은 벼슬을 하며 훌륭하게 오래 살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마치고 끝으로 꼭 덧붙이시는 말씀은 이랬다.
“아무리 사주(四柱)가 좋아도 관상(觀相)만 못하고, 관상이 아무리 좋아도 심상(心相)만 못한 것이다.
모든 일은 자신이 어떻게 마음먹고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날 적마다 가끔 떠오르는 이야기이다.
못난 아들에게 훈계하신 말씀 가운데의 한 가지이지만, 누구나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이다.
신 길우 (호주한인문인협회 자문위원)

한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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